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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Guest
이경근 월간한옥

많은 기업이 '로컬 전성시대'를 표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로컬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각종 투어를 기획하는 관광 업계는 물론이고 패션 업계에서도 마케팅 수단으로 로컬을 활용하죠. 네이버는 여러 지역에서 로컬 협력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요. '로컬 현상' 시리즈, 대망의 마지막 화는 로컬을 바라보는 기업의 관점을 '무인양품’의 사례를 통해 알아봅니다. 이들이 로컬 프로젝트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살펴보며 한국 로컬 씬이 가야 할 지향점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S2. 로컬 현상 E4. 로컬의 커뮤니티(with. 이경근 에디터)


Chapter 1. 우리가 로컬을 좋아하는 이유

“저는 로컬 현상이 국내에 일었던 ‘재생’ 붐을 이어받은 여러 가지 부산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로컬이 마트에서 파는 제주 한라봉 초콜릿이나 편의점의 강릉 커피처럼 대형 자본 중심으로 특정 지역의 산물을 소개하는 데 활용됐다면, 지금은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로 ‘브랜드화’ 돼서 소비되고 있어요. 이제 소비자들도 단순히 지역의 특산물을 사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아요. 최근에는 로컬의 매력을 산물로 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간 체험으로 확장되는 흐름이죠.” – 이경근 에디터

영규

오늘은 현재 『월간한옥』 에디터이자 이전에 무인양품 코리아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근무했던 이경근 에디터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근

안녕하세요. 월간한옥 에디터 이경근입니다. 앞서 잘 설명해 주신 대로 저는 첫 직장이었던 무인양품 코리아를 거쳐 지금은 매거진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인양품 코리아는 퇴사했지만 여전히 애사심이 남아있는 곳이에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가 낯선 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간략히 설명 드리면, 무인양품에 찾아온 고객들이 공간을 통해 해당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알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각 매장에 지역의 특색을 입히는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습니다.

영규

최근 많은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로컬에 접근하고 있는데요. 에디터님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근

예전에 비해 ‘로컬’이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아졌고, ‘로컬’을 다루는 방식이 점점 세분화되어 간다고 느껴요. 책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로컬과 어떤 주제를 엮을 때 큰 지역 단위로 굵직하게 소개했다면 요즘은 점점 더 동네 단위로 작아지고 있어요. 과거에는 로컬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보여줬다면, 이제는 동네 투어 형식으로 장소를 방문하거나 그게 어려울 경우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방식으로 진화했고요. 좀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로컬 콘텐츠의 방향성이 나아간다고 생각해요. ‘부산에서 먹는 회는 부산항에 가서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 특산물을 옮길 순 있어도, 해당 지역에 가야만 향유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는 걸 일반 소비자는 물론, 로컬 콘텐츠 기획자들도 파악하고 주목하는 것 같아요.

영규

확실히 콘텐츠를 만드는 분이라서 콘텐츠 관점에서 해석해 주시네요. 제가 오늘 에디터님을 모신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요. 로컬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2020년과 2021년에 『신촌통신』과 『연희통신』이라는 단행본을 집필하셨잖아요. 책에 대해서도 잠시 뒤 자세히 이야기 나누겠지만, 그 전에 가볍게 여쭤볼게요. 에디터님이 로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경근

제 생각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에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를 많이 접한 세대라서 그런 것 같아요. 보통 성인이 되면 유년기에 소비했던 것들을 향수처럼 추억하잖아요. 일본의 경우 이런 점을 활용해서 다양한 콘텐츠가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기도 하는데, 저 역시 옛 기억을 떠올려보면 2002월드컵, 애니메이션,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 등 추억할 거리가 많았어요. 이와 관련된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사례에도 자연스레 노출되면서 더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영규

저는 어렸을 때 아파트 생활을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동네’란 애증의 대상이었죠. 신도시에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도심 변두리 골목에 위치한 동네의 삶은 버려야 할 과거의 낡은 것으로 여겨졌거든요. 그런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왔을 때 큰 인기를 끌었잖아요. 저는 너무나 아름답고 이상적으로 그려진 동네 풍경을 보면서 조금 반감이 들 정도였는데요. (웃음)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아파트 생활만 해 본 신도시 키즈들에게는 드라마 속 동네 풍경과 정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경험해 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동경과 다양한 관점, 생각의 차이에서 로컬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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