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가장 근사한 편지 가게 ‘글월’
- Guest
- 문주희 글월 변유진 글월
2023년 비스킷 에피소드의 마지막 인터뷰이는 편지 가게 ‘글월’입니다. 연희동과 성수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이 시대의 편지 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글월은 어떤 계기로 시작됐을까요? 운영 5년 차를 바라보는 지금, 글월의 고민과 새해 계획은 무엇일까요? 상상 속 '편지 가게'를 현실에 구현해 내기까지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가 성장해 온 시간을 들어보았습니다.
Chapter 1. 작은 편지 가게의 시작
BISCIT
안녕하세요. 주희님, 유진님 BISCIT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주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편지 가게 글월을 운영 중인 문주희입니다.
유진
안녕하세요. 글월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변유진입니다.
BISCIT
제가 알기론 대표님은 이전에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에디터를 그만두고 글월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주희
에디터로 일할 당시 주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기사 쓰는 일을 했어요. 그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는데, 회사를 그만둘 즈음에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죠. 그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정리하는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당시 2년 차 주니어 에디터로 인터뷰 기사를 30회 정도 진행했는데, 이 작업을 해본 지 얼마 안 돼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좋아하는 건지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구석이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인터뷰 프로젝트의 콘셉트가 편지였고, 그게 글월을 만든 계기가 되었어요.
BISCIT
편지를 콘셉트로 한 인터뷰 프로젝트가 글월의 시작이라는 거네요. ‘글월을 하나의 브랜드로 계속해 나가봐도 괜찮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우선 100명을 인터뷰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주희
‘100’이라는 숫자가 저에게는 상징적이었어요. 최소 100명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편지를 쓰면 지금은 예상할 수 없지만, 어떤 새로운 일들이 생길 것만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 제 나이가 29살이었는데, 서른이 되기 전에 나를 위한 시간을 제대로 써보자는 욕심도 난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브랜드, 문화, 책, 인물 등을 수요자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공급자의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내 것을 선보이자는 생각도 했고요. 그 결심 끝엔 ‘망해도 괜찮아. 어차피 나 스물아홉이야. 나 아직 어려!’ 패기도 있었어요(웃음). 망해도 곱게 망하자는 생각으로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내 관점에서 끝까지 해봐야 다음 단계의 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전환하기 시작한 건 사람들의 반응 덕분이에요. 편지를 콘셉트로 공간을 꾸리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글월을 하나의 상점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생겨났고, 이걸 잘 키우면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BISCIT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관점에서 글월을 꾸려 나갔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상상 속 ‘편지 가게’를 현실로 구현해 내기까지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셨나요?
주희
공급자의 관점이 되었을 때, 한동안은 매일 긴장 속에서 잠들고 깨어났어요. 인스타그램에 피드 하나 올리는 것도 너무 떨렸죠. 팔로워가 100명이어도 왠지 10만 명이 보는 것만 같아서 사람들에게 내 것을 선보이는 그 자체가 두려웠어요. 두려움의 크기를 점차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죠.
사실 ‘편지’하면 사람들은 ‘아날로그’와 ‘빈티지’를 많이 떠올리는데요. 그게 오랜 세월 편지라는 콘텐츠가 쌓아온 이미지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콘텐츠로서의 헤리티지가 분명한 ‘편지’의 본질은 지키면서 이미지만큼은 재해석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가게를 보여주고 싶었죠. 저희 가게를 어떤 분들은 문구점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문구점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테마와 콘셉트가 강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 콘셉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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