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브랜딩 디렉터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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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
그래서 전우성이 필요합니다
“브랜딩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시간이 걸리니까요. 브랜딩은 결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대표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꾸준히 결과를 보여주고 방향성을 제안해야 하는 이유죠.” 20여 년간 다양한 브랜딩을 해온 전우성 디렉터가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여러 브랜드에서 꾸준히, 차별화된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시간은 그만의 인사이트로 남았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PART 2에서는 전우성 디렉터의 업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들어봅니다.
CHAPTER 1. 브랜딩 디렉터의 ‘일’
BISCIT
지난 시간에는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의 커리어를 만든 선택을 들어봤는데요. 지나온 조직과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우성님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한 명의 일하는 사람이자 브랜딩 디렉터로서 우성님이 어떤 철학과 관점을 갖고 계신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하고 계시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성님. 먼저,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여쭤볼게요. 브랜딩 디렉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우성
브랜딩에 대한 정의로 브랜딩 디렉터가 하는 일을 설명해 볼게요. ‘브랜딩은 남과 다른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 ‘브랜딩 디렉터는 이것을 총괄하는 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풀어 말하면,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가치가 무엇인지 찾고, 정의하고, 그것을 어떻게 경쟁사들과 다르게 고객에게 전달할지 고민하며 기획 및 실행하는 일이죠. 내가 속한 브랜드를 알리고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된 모습으로 사람들이 이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만드는 역할이랄까요. 이 모든 것이 브랜딩 디렉터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BISCIT
그만큼 브랜딩 디렉터는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슷한 직함으로 계셨지만 조직마다 했던 일은 조금씩 달랐을 것 같아요. 당면한 과제와 해결 방식도 달랐을 테고요. 담당한 브랜드별로 차이점과 공통점이 궁금해요.
우성
가장 큰 차이점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랐죠. 네이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 서비스이고, 29CM는 말 그대로 온라인 편집숍, 스타일쉐어는 1020 여성을 중심으로 한 스타일 커뮤니티, 라운즈는 아이웨어 커머스이니까요. 물론 당면한 과제도 조금씩 다르긴 했는데 네이버를 제외하고, 지향점은 비슷했습니다. 29CM의 경우 5년 정도 있으면서 팬층을 두텁게 만들었다면, 스타일쉐어와 라운즈에서는 2년~2년 반 정도 재직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더 뾰족하고 날카롭게 만들거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죠. 공통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남들과 다른 개성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것을 넘어 팬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행하는 일을 했어요.
BISCIT
해당 브랜드의 현 스텝을 파악하고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했겠네요. 브랜딩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업계의 많은 분들도 고민하실 것 같은데, 대다수의 브랜딩 프로젝트 특성상 정량적인 지표로만 평가하기가 어렵잖아요.
우성
저도 예전에 이 부분에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학계에서 정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브랜딩 지표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죠. 굉장히 많은 지표가 있지만, 지금의 제 결론은 명확한 우리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게 브랜딩을 진행했는가 아닌가가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량적인 지표는 그것에 따라 오는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좋아요. 우리가 정의한 브랜드의 모습과 개성을 중심에 두고 이에 맞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성공, 그렇지 못하면 실패라고 봐야죠. 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정량적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정량적 결과를 목표로 두면 방향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 우리만의 일관된 메시지를 줄 수 없고, 넓게 보면 브랜딩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죠.
예전에 29CM에서 진행했던 ‘29 애니멀스 캠페인’이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은데요. 당시 5월의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을 맞아 무언가 기획하고 싶었는데, 예산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29CM에서 판매하는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고 모델처럼 촬영한 다음, 멸종 위기 동물 29마리의 머리를 합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멸종 위기 동물들을 조명하면서 브랜드도 알리는 캠페인이었죠. 대중의 반응이 나쁘진 않았지만, 사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수치가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럼 이 프로젝트가 실패일까요?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29CM다운, 개성 있는 모습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의 프로젝트를 했잖아요. ‘온라인 편집숍’이라는 업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굉장히 세련되고 재미있게 보여준 사례죠. 실제로 프로젝트 진행 당시에는 대단한 바이럴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7~8년 뒤 이 프로젝트가 트위터에서 갑자기 엄청나게 바이럴 됐습니다. 브랜드다운, 개성 있는 프로젝트였기에 뒤늦게라도 누군가 이걸 발견하고, 조명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량적인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정의한 우리만의 가치를 남들과 다르게 전달했느냐 다시 말해, 명확한 브랜딩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잘 지켰느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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